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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물빛·산빛·여명빛·노을빛… 환상의 `컬러쇼` 코타키나발루 빛에 홀리

▲금빛으로 물든 코타키나발루 해변 리조트의 하늘. 석양에도 기어이 등급을 매기는 사람들에 의해 이곳의 노을은 한 손에 꼽히는 세계적 명품이 됐다. 코타키나발루에는 건기와 우기가 따로 없어 사철 이런 하늘빛을 볼 수 있다. (수트라하버 리조트 제공)

수평선을 따라, 서서히 하늘과 바다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간다. 석양을 배경으로 해변 야자수 아래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앉은 젊은 연인들의 뒷모습이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 곳은 서울에서 비행기로 다섯 시간을 날아 도착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코타키나발루 해변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의 소국(小國) 피지에서의 석양과 함께 `세계 3대 석양`으로 손꼽힌다. 석양이 온 세상을 뒤덮을 무렵 한낮의 열기를 밀어내고 불어오는 선선한 바닷바람은 여행자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문득 '행복한 여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가벼운 마음'이라 한 생택쥐페리의 말이 스쳐간다.

코타키나발루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섬 북동부에 위치한 사바(Sabah)주의 주도이다. 사바는 아랍어로 `바람 아래의 땅`이라는 뜻으로, 다른 동남아 휴양지에 비해 태풍이나 지진, 해일 등 자연 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계절의 변화는 물론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따로 없어 사시사철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또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어 치안에 대한 염려도 접어도 좋다. 다만 주민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해외 관광객들이 묵는 호텔과 리조트와 같은 휴양 시설 주변을 제외하면 시내에서도 유흥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여행지의 들썩들썩한 밤 문화를 기대한 여행자라면 밋밋할 수 있겠지만 가족 단위의 여행자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섬 관광을 빼놓고는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논할 수 없다. 특히 마누칸, 사피, 가야, 마무틱, 술룩 등 다섯 개의 섬은 `툰구 압둘라만 해양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더욱이 코타키나발루 해안에서 불과 3~8㎞ 거리에 있어 모터 보트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이 섬들은 코발트빛 바다와 고운 백사장, 형형색색의 산호초로 유명하고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해양 스포츠 천국이다.

마누칸섬 관광만이 가능했던 빠듯한 일정을 탓한 것도 잠시뿐이었다. 보트 선착장에서 섬 초입 국립공원 입구까지 이어진 나무다리를 걸어가며 아래를 내려다 봤다. 무리 이룬 열대어들의 유영이 이내 닿을 만큼 바닷물은 한없이 투명하다. 스노클링 장구를 착용하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해변에서 조금만 헤엄쳐 나가니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열대어 무리의 장관이 지척에서 펼쳐졌다. 물장구를 멈춘 채 잠시만 가만히 있자. 열대어가 종아리를 콕콕 쪼아댄다. 최첨단 영상이 그 맛을 전할까. 이 섬은 주변 수심이 깊지 않아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편안하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히잡을 쓴 채 스노클링을 하는 현지 여성들의 모습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스노클링 삼매경에 빠진 나머지 패러세일링에 도전할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컸다. 모터 보트에 낙하산을 연결해서 비행 기구를 타듯 바다 위를 나는 이 해양 스포츠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점한다.


▲북 보르네오 증기기차 여행은 100년 저쪽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19세기 분위기 복장의 승무원이 기념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고 있다.

열대 원시림의 속살과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의 생활상이 궁금하다. 영국 식민지 시절 건설된 북보르네오 열차 여행이 제격이다. 이 열차는 원래 19세기 중반 보르네오섬에서 생산되는 원목과 커피, 고무 등의 천연 자원을 운반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현재 운행 중인 열차는 지난 2000년 1세기 전 모습 그대로 복원, 나무 장작을 때서 움직이는 증기 기관차다. 이제는 관광객 상품으로 탈바꿈되어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2번 운행한다.

코타키나발루에서 5㎞ 정도 떨어진 탄중아루역에서 출발하는 이 열차는 푸타탄, 키나루트, 카왕역을 거쳐 회차 지점인 파파르역까지 30여㎞를 왕복한다. 외견상 우리나라의 비둘기호와 같은 소박한 완행 열차의 모습이었지만 내부는 보르네오산 원목으로 장식돼 있어 상당히 고풍스럽다. 이 시간 여행에서도 에어컨 바람을 기대하는 자가 있을까? 차창으로 몰려드는 시원한 바람, 영국 탐험가 복장의 승무원들이 제공하는 시원한 얼음 물수건, 여기에 또 무엇이 더 필요할까. 장작 타는 매캐한 냄새, 철로 주변 수상 가옥에서 손을 흔들어 주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 그 정도면 이 시간 여행은 완성된다.

키나루트역과 파파르역에선 관광객들은 1시간 정도 걸어서 역 주변의 중국식 불교 사찰과 시골 장터를 구경할 수 있다. 장터에서 싼값으로 열대 과일과 커피, 바나나 튀김 등 현지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시간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파파르역에서 탄중아루역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치킨 볶음밥과 생선 튀김, 새우와 야채 볶음, 여기에 과일 샐러드가 곁들여진 말레이시아 전통 도시락 `티핀`이 제공된다. 꼭 우리나라의 스테인리스 4단 찬합 같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한 전통 도시락, 여기에 따뜻한 커피는 4시간의 기차 여행에 화룡점정의 멋을 선사한다.


▲키나발루산 트레킹에 나선 관광객들이 흔들다리를 지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가 동남아의 여타 휴양지들에 비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산과 바다의 공존이다. 코타키나발루 부근에 높이 솟은 키나발루산은 해발 4,095m로 동남아에서 가장 높다. 1964년 사바주 정부가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래 체계적으로 생태를 관리해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됐다. 적도 아래에 위치한 산이지만 한라산(1,950m)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보니 저지대의 열대 식물부터 중간 지대의 온대 수종, 고지대의 침엽수까지 다양한 수종과 생태를 자랑한다. 또 이 산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를 만날 수도 있다.

키나발루산에서 가벼운 트레킹을 원한다면 자동차를 타고 해발 1,563m에 위치한 관리사무소까지 이동해 주변 키나발루산 국립공원을 둘러 보면 좋다. 하지만 정상 등반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라반 라타 산장(해발 3,3272m)까지 올라가 하룻밤을 묵은 뒤 이른 새벽에 출발해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1박 2일 코스를 권한다. 다만 키나발루산을 오르기 위해선 사전 등반 허가가 필수다. 현지의 등반 허가를 대행하는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한국의 여행사를 통하는 편이 낫다.

여행수첩

●대한항공(주2회ㆍ수, 토요일), 아시아나항공(주6회ㆍ수~월요일), 이스타항공(주4회ㆍ수, 목, 토, 일요일)이 인천공항에서 코나키나발루까지 직항 편을 운항하고 있다(10월 기준). 말레이시아항공도 연말부터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화폐 단위는 링깃(RM)으로 1링깃은 약 360원이다. 대형 쇼핑 센터에선 카드 사용도 가능하다. 환전을 위해선 미국 달러를 준비해 가는 것이 편하다. ●북 보르네오 증기기차는 매주 수, 토요일 운행한다. 현지 리조트와 한국사무소에서 예매할 수 있다. 식사와 기념여권 포함 270링깃(약 9만9,000원). 북 보르네오 증기기차 한국사무소 (02)752-6262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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