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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황홀한 석양의 섬, 시간마저 느리게 흐른다
ㆍ자연과 휴식을 원하세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그곳에선 대단한 게 필요하지 않다. 해변에 느긋하게 누워 푸른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야자수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태양의 강렬함을 느끼면 된다. 해질녘이면 황금색에서 주황색을 거쳐 자주색으로 느릿하게 변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잔을 기울여도 본다. 혹은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면서 덜컹덜컹 움직이는 옛 기차에 몸을 맡긴 채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 그곳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벗어난 우리에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 느린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백과 약간의 게으름뿐.


‘세계 3대 낙조’로 손꼽히는 코타키나발루의 낙조. 황금빛 태양이 멀리 남중국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늘과 강과 바다, 온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아름다운 노을은 이내 분홍빛, 보랏빛으로 변해간다. 매혹의 시간은 안타까울 정도로 짧게 느껴진다. | Eric Lim 촬영

■ 바람 아래 땅의 휴양지

코타키나발루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 북동쪽에 있다. 보르네오는 남부의 인도네시아령(領)과 북부의 말레이시아령, 그리고 말레이시아령에 둘러싸인 ‘술탄 왕국’ 브루나이로 이뤄져 있다.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령 사바주의 주도(洲都)이자 해양도시다. 사바는 ‘바람 아래 땅’이라는 뜻.

하지만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에 속한다기보다,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말레이시아 본토와는 다른 독특한 자연과 풍광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타 동남아 휴양지에서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최고봉인 키나발루산(4095m), 청정한 공기를 내뿜는 원시 밀림,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석양 등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특히 코타키나발루는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해 태풍이 없고 지진도 거의 없다. 우기와 건기 구분 없이 사시사철 좋은 날씨를 자랑한다. 치안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이슬람국가인 이유도 있어서 리조트와 호텔을 빼고는 유흥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한적한 느낌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수트라하버 리조트에 짐을 푼다. 말레이시아 왕족들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의 대표적 휴양시설이다. 바로 앞으로 남중국해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수영장에는 신혼부부로 보이는 남녀들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물장난을 치는 젊은 부모들,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거나 책을 읽고 있는 중·장년 부부들이 눈에 띈다. 사실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겐 꼼짝 않고 리조트에서 지내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수영장 옆 선베드에 누워 있다, 지루해지면 수영을 즐기거나 해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 툰구 압둘라만 해양국립공원

리조트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근처 섬을 찾는다. 수트라하버 리조트 선착장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20분만 나가면 5개의 자그마한 섬들을 아우르고 있는 툰구 압둘라만 해양공원이다. 마누칸, 마무틱, 가야, 사피, 수룩 등 5개 섬 모두 때묻지 않은 바다와 하얀 백사장을 간직하고 있어 말레이시아 제1의 해양국립공원으로 꼽힌다.

마누칸섬으로 향한다. 10명 정도를 태운 ‘시 퀘스트(Sea Quest)’ 보트가 파도를 텅텅 치면서 나는 듯이 바람 속을 내달린다. 스릴 만점이다. 산발 머리를 한 채 마누칸섬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 아래 초록 바닷물에는 열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마누칸섬은 수심이 완만하고 산호초가 잘 보존돼 있어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섬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통나무로 지은 숙박시설이 있어 하루 숙박도 가능하다.

백사장에서 한가로이 쉬면서 신선한 해산물과 닭꼬치, 양꼬치 등을 구워서 내주는 야외 바비큐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볍게 스노클링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방법이다. 푸른 바다를 유영하면서 손에 쥔 빵조각을 따라 비둘기처럼 모여드는 이국의 물고기를 바라보는 기분이 색다르다.

섬 근처에선 스노클링 외에도 스쿠버다이빙,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패러세일링, 시워킹(Sea Walking)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패러세일링에 처음 도전해본다. 보트가 달리면서 낙하산을 하늘 위로 띄우는 스포츠다. 고소공포증이라도 도질까 잔뜩 긴장했지만 몸이 두둥실 떴을 때의 기분이 상쾌하고, ‘공중부양’을 하면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광이 아름답다.

팁 하나. 진행요원이 “유 원트(You want) 풍덩?”이라고 물으면 “예스”라고 대답할 것을 권한다. 배가 속도를 줄이면서 몸을 바다에 ‘풍덩’ 빠뜨렸다 올려주는데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북보르네오 증기기차가 새하얀 증기를 내뿜으면서 코타키나발루 삼림 지대를 통과하고 있다. | 수트라하버 리조트 제공

■ 추억의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100년 전 역사여행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싣는다. 북보르네오 증기기차는 1896년부터 운행하던 증기기관차를 그 시절 모습대]로 되살려냈다. 예전 방식 그대로 나무장작을 연소시켜 운행하는 세계적으로 몇 남지 않은 증기기차다. 철로는 1880년부터 1963년까지 보르네오섬을 통치하던 영국인들이 원목과 담배 등을 운송하기 위해 놓은 것이다.

기관차와 객차 5량으로 이뤄진 기차는 장난감 같은 초록색 외관과 원목으로 만들어진 예스러운 객실을 자랑한다.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 승무원의 알 수 없는 구호와 호각소리, 하얀 김을 내뿜으며 씩씩거리는 기차와 기적소리….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광경이다. 기차는 탄중아루역에서 파파르역까지 33㎞를 4시간에 걸쳐 왕복한다. 시속 40㎞를 넘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 영국 탐험가 복장의 승무원들이 기차가 기착지에 설 때마다 “패스포트”를 외치면서 기념 스탬프를 ‘패스포트’에 찍어준다.

실내에는 로커빌리풍 음악이 흐르고, 선풍기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차창 너머로는 바다와 맹그로브 숲 등 보르네오의 자연과, 수상가옥과 학교 등 현지 사람들의 삶이 스쳐 지나간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집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든다. 이슬람 전통의상인 헤자브를 두른 여자아이가 길을 걷다 멈춰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아이들의 웃음이 맑은 바람이 되어 몸속을 지나간다. 여행이 선사하는 진짜 즐거움은 이렇게 잊고 있던 우리 주변을 찬찬히 바라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차는 종착역 파파르에서 기관차 위치를 바꾸기 위해 1시간 남짓 정차한다. 이때 역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가게 앞 식탁에서 꼬치구이와 국수 같은 현지식을 먹는 주민들 삶도 살펴볼 수 있다. 탄중아루역으로 되돌아가는 길. 고풍스러운 4단 철제 찬합이 점심식사로 나온다. 볶음밥과 닭꼬치, 과일 등이 담긴 말레이시아 전통도시락 ‘티핀’이다. 맛도 괜찮다. 팁 둘. 기차는 장작을 때서 움직이는 탓에 매캐한 연기와 검은 재가 창으로 들어온다. 장작의 구수한 냄새를 싫어한다면 열차 맨 끝 객차에 타는 것도 요령이다.

■ 그리고, 매혹의 석양

코타키나발루를 떠나는 날. 마지막, 하지만 가장 큰 대자연의 선물을 받는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백미인 낙조를 마침내 만난다. 그 전까지는 흐릿한 날씨 탓에 온전히 보지 못했다. 조바심 치던 마음도 석양 속에 녹아 사라진다. 코타키나발루는 ‘황홀한 석양의 섬’으로 통한다. 이곳 바닷가에서 보는 낙조는 그리스 에게해의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낙조로 꼽힌다.오후 5시30분. 황금빛 태양이 서서히 바다와 몸을 맞대기 시작한다. 잔잔하던 물결들이 황금빛으로 반짝거린다. 나른한 듯 하늘에 걸린 새털구름들도 오렌지빛으로 물든다.

태양이 바다와 거의 몸을 섞을 즈음 주변은 온통 주홍과 붉은색으로 변한다. 조물주가 살짝 붓질을 해놓은 듯 장엄하다. 이내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해는 마지막 빛을 발하며 온 세상을 분홍빛과 보랏빛으로 변모시킨다. 매혹이다. 눈도 가슴도 매혹당해 할 말을 잃는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순간이다. 이마를 스치는 서늘한 바람 한 줄기에 포로가 됐던 정신이 번뜩 돌아온다. 해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사위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리조트 가로등이 하나둘씩 오렌지색 불빛을 밝힌다. 매혹의 시간이 순간처럼 느껴진다. 느릿하게 흐르던 시간도 모래시계의 모래알들처럼 안타까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어느새 코타키나발루여행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코타키나발루 |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 길잡이

■ 대한항공(수·토), 아시아나항공(화요일 제외), 이스타항공(수·목·토·일)이 직항 노선을 운행한다. 인천공항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5시간 걸린다.

■ 코타키나발루는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말레이시아 화폐 단위는 링깃으로 1링깃은 340원 정도. 코타키나발루 현지에선 대부분 링깃을 쓰므로 환전이 필수다.

■ 코타키나발루 여행은 리조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양한 리조트들이 자리하고 있다. 수트라하버 리조트는 공항에서 버스로 10분이면 도착하는 종합리조트다. 퍼시픽과 마젤란 두 가지 형태의 숙박시설과 함께 테마가 다른 5개의 수영장과 15개의 레스토랑, 스파, 볼링장, 영화관, 27홀 골프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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